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여행기 4. 마데이라의 산 로렌조 해안을 걷다

산로렌조 해안트레킹 풍경

마데이라 동부해안의 끝머리인 산 로우렌조(San Lourenzo)로 행했다. 세개의 섬이 점점히 박혀 길게 갈무리지는 곳은 아침 햇살을 받아 출렁인다. 해질녘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태양을 마주보고 걸으니 태양빛에 모든 게 반짝여서 사진을 담기가 어렵다. 길게 펼쳐진 화산 능선의 허리길을 둘러가는 트레킹은 작은 봉우리 하나 돌아서면 다시 바다가 출렁이고 또 하나의 봉우리를 돌아가면 대지가 울렁인다. 대지가 손바닥 같이 펼쳐 있다가도 손가락 같이 오그라들어 아슬아슬하게 바다와 바다사이를 가르고, 대지와 대지를 움켜쥐고 있다. 파도는 대지를 쉼 없이 때리고 부수어 좁고 야릿한 다리만 남기고 모두 훑어 먹었다. 그런 길에선 카메라와 눈이 바쁘다.  바닥에 깎여 속살이 드러나 해안선은 다양한 색감의 줄무늬가 나 있다. 아마도 시 텀의 시간을 표현하려는 것 같다. 색과 색 사이의 줄무늬는 얼마의 시간일까? 아마도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시간일 것이다. 코스모스 달력이란 게 있단다. 우주의 시간을 일년으로 압축한 달력이다. 포유류가 제대로 활동을 시작한 1,000만년은 코스모스 시간의 12월 31일이라고 하니 시간을 기억한다는 게 무의미하지 않은가? 산 로렌조 해안도 코스모스 달력에선 표기하기도 어려울 테니 그만 시간을 접어둔다. 단지 검은 색은 화산 쇄설물, 붉은 색은 산화철, 노란색은 유황, 보라색은 마그네사이드 등 대지에 섞인 미네랄이 만이 진실이다. 그걸 차지하려 싸우는 것이 인간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그렇게 속살이 드러나 대지를 2시간을 걸으니 카페가 나온다. 주인은 11시간 갓 넘어서야 주섬주섬 문을 연다. 카페 주인에게 점심을 주문하고 정상을 향해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짧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오르막은 길의 끝이 끝 모퉁이란 걸 알리듯 절벽에 걸쳐 서 있다. 잘려나간 듯 멈춰선 그 꼭지점에 다다르면 바다가 끝어 놓은 섬들이 촘촘히 내달리고 있다. 대지로는 더 이상 갈수 없다. 저 건너엔 무엇일 있을까.. 한반도가 일본과 연결된 시절이 있었듯이 저 섬들도 마데이라와 연결된 때가 있었을 것이다. 벨리즈의 블루홀을 탐사한 기록에는 124m 깊이의 블루홀 바닥엔 내륙이었다는 증거물이 산재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봐야 고작 2만년전 일이다. 그만큼 해수면이 낮았던 시기에 저 섬들은 마데이라의 지능이었을 테고, 어제 걸은 루이보 봉은 훨씬 높은 봉우리였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궁금하다. 저 섬 해안가는 어떻게 생겼을까…

카페로 내려와 보트에 올랐다. 대지는 절편에 콩고물을 뿌린 듯 구간구간이 색이 다르다. 어느 절벽엔 가운데 단단한 암석대가 종으로 흘러나와 있다. 가이드는 용암이 흐른 자리라고 설명한다. 흘러내린 흔적 치고는 대지에 암석층이 너무 깊이 박혀있지 않은가? 화산엔 열점이란 게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는 열점을 타고 솟아오른다. 파이프같이 길게 타고 오르는 마그마가 그대로 굳으며 주변 대지와 달리 단단하고 육질이 좋은 암석판을 종으로 만든다. 어떤 때는 땅속에서 그대로 굳어 화강석 봉우리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내가 보는 광경이 그런 영향은 아닌가? 산 로렌조 해안 트레킹은 그런 면에서 별미다. 대지의 끝을 향해 걷는 과정이 애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호쾌하며 대지의 끝에 서서 바라보는 저 건너의 세상이 고요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배에 몸을 맡기니 세상만사 유쾌하지 않은 게 없다. 성인 로렌조의 이름을 여기다 붙인 이유도 그럴 것이다. 로렌조는 로마에서 순교한 7명의 성인 중 한 분이다. 신념을 위해 열정적으로 항변한 성인답게 대지는 바다 속 저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동쪽 끝으로..

보트에서 바라본 풍경

마데이라는 해변이 없어서 리조트가 없고 그 흔한 비키니 차림의 육감적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다.  섬이면서도 해양스포츠가 아닌 트레킹의 메카인 것이다. 섬 중부엔 화산대지, 남부엔 사막성 기후, 북부엔 열대우림이 펼쳐진 특이한 섬이다. 그래서인지 와인도 특이하다. 오늘 추천받은 와인은 녹색와인이다. 마데이라에서만 만든다는 청녹색 와인이다. ‘마데이라’라고 이름 붙여진 이 와인은 적도를 거쳐 운반하는 도중 고온 때문에 와인에 함유된 당이 캐러멜로 바뀌어 호박색을 띄는 마데이라의 특산품이라고 한다. 아직 마데이라를 떠나지 않아 청녹색을 띄고 있지만 이 와인도 마데이라를 떠나면 카라멜색이 되겠지.. 바다바람 실컷 맞고 와인으로 목을 축이니 마데이라에서 보낸 5일간이 꿈같이 아련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