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여행기 5. 조레스의 명성, 시타 시다레스

아조레스의 5월은 좀 음산했다. 검은 구름과 햇살이 번가라 하늘을 덮고 하늘이 어두워질 때마다 가벼운 빗방울이 흩날리듯 내려 앉는다. 투어버스엔 일본 부부가 함께했다. 달랑 4명이니 가이드가 실망할 만도 한데, 웃음이 멈추질 않고 소란스러울 정도로 설명이 장황하다. 아조레스의 적기는 언제인가? 아조레스의 적기는 여름이죠. 7,8,9월이 가장 좋아요, 6월과 10월도 좋고요.

아름다운 아조레스풍경

일년내내 기온의 큰 차이가 없어서 더위를 피하는 여행으로는 최고인듯하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만나고 다시 밑에서 아프리카대륙이 치받아 올라와 세 대륙의 힘 겨루기를 하는 분기점, 지판이 만나는 지점을 이은 지판이 가장 약한 부분이고 판과 판이 만나는 틈으로 마그마를 분출하며 쌓이고 쌓여 아조레스 만들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면 가이드의 설명의 대부분이 몇 년도 몇 입방 미터의 마그마가 흘러나왔고 언제 얼마나 흘러나왔고 언제 화산이 터져 유럽의 모든 비행기가 일주일간 멈춰 섰고..들으면서 그게 얼마만큼의 양인지 궁금했었다. 현재도 조금씩 대지가 방향을 튼다는 아이슬란다. 그 곳을 흔히 아메리카와 유럽이 만나는 판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조레스는 거기에 더해 아프리카판까지 붙어있지 않는가?

아조레스가 처음 수면위로 얼굴을 드러냈을 때. 누군가가 봤다면 감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물이 끓어오르며 분수같이 튀어 오르고 그 사이로 불기둥이 벌겋게 타올랐을 것이다, 그런 밤이 지나고 바다 위에 작은 암봉이 생겼을 테니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하지만 15세기 포르투갈의 탐험가 상 미구엘(San Miguel 이 처음 도착했을 때 섬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정착하기엔 너무 멀고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마데이라에서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 마데이라처럼 넓지도 않으니 인간이 찾지 못한 진정한 미지였던 것이다., 탐험의 시대 슬로건은 미지의 땅은 없다는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미지는 사구인에게 미지일 뿐이고 이미 누군가 살고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조레스는 진정한 미지였던 것이다. 고립무원하고 대서양 한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양으로 뻗쳐 나가려는 포르투갈에서 아조레스는 중계항으로 더 없이 좋은 위치였다. 포르투칼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향해 나가는 길목으로도,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로 가는 긴 항해에서도 아조레스는 쉬어가는 길목이었다. 그래서 군사요새 건설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 이민을 장려하였고 25만이나 거주하는 군도가 되었다.

아조레스는 화산의 양면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풍요의 대지다. 풍요로운 토양의 덕에 대지는 푸르르고 영롱하다. 그래서인지 아조레스의 주 산업은 목축과 낙농이라고 한다. 특히 아조레스 군도의 주도인 상 미구엘 섬은 초록의 목장으로 바뀌었고 산 사면은 숲이 덥고 있다. 주 수종은 ‘크리프트메리아’와 ‘아젤리이스’인데 모두 일본에서 가져온 나무라고 한다. 그 설명 듣고 일본분은 일본에서는 ‘아짓사이’라고 부른다고 거든다. 포르투갈은 아조레스뿐 아니라 지구상 곳곳에 중계 무역항을 건설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고아와 말라카 해협 등에 식민도시 건설했으며 중국을 지나 일본까지 오가며 동방무역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때 일본에서 들여온 수목이 섬을 덥고 있으니 재미난 사실이다. 물론 그 때 일본 막부에 건네 준 조총으로 조선이 큰 피해를 입었으니 포르투갈의 역사적 역할이 우리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세테 시다데스
세테 시다데스 전망대로 가는 길

아조레스의 첫 트레킹은 세테 시다데스(sete cidades)이다. 말 뜻은 7개의 도시인데 시타 시다데스에는 도시가 없단다. 7개의 분화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도시같이 화려하게 빛나는 분화구중에서 특히 베르데(Verde) 호수와 아줄(Azul)호수는 같은 호수이면서 다른 색을 띄다고 하여 너무나 유명하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다리아래는 이어진 하나의 호수이다. 하지만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초록과 에메랄드 색으로 달리 나타난다. 물론 빛의 굴절에 의한 착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가학적 분석이 뭐가 중요한가. 아름다운 호수에 내 감정이 푹 빠져버리는 걸. 첫 전망대인 Boca do Inferno(지옥문 전망대)에서 두 개의 호수를 조망하고 자리를 옮겨 King’s view(왕의 전망대)로 옮겨 다시 호수를 조망한다. 왕의 전망대는 돈 페르로왕이 브라질로 가는 도중 아조레스에서 휴식할 때 이곳까지 와서 호수를 내려다보았기 때문에 주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왕도 지나치지 못한 아름다운 호수에 빠져 트레킹을 시작한다. 첫 트레킹은 주차장에서 지옥문 전망대를 오가는 2.5km의 숲길 트레킹을 가졌다. 칼데라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향하는 좁은 길목이 길목이 아슬아슬하게 숨 조이게 하는 트레킹이었다. 전망대로 다가가는 동안 보일 듯 말 듯 애태우다가 전망대에 다다르는 순간 두서없이 확 펼쳐지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7개의 칼데라를 일주하는 라고 시다데스(Lago Cidates)트레킹을 갖었다. 작은 분화구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아늑한 산길이고 호수길이라서 보기 좋고 걷기 좋은 트레킹이 6.5km 이어진다. 그리고 짚차를 타고 거대한 화구능선을 따라 화산을 일주했다. 화구 능선를 일주하는 트레일은 26km에 달하니 짚차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런대도 일주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 보인다. 모두 커플이니 젊은이들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저 나이에 도전해보지 않으면 다시는 못 할텐데, 그나마 짝이 있으니 다행이 아닌가..

해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아줄호수

화산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이젠 화구 속 세상이 궁금해진다. 차를 몰아 화구 안으로 들어가면 은은한 빛깔의 마을이 맞이한다. 마을 어귀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고 아즐 호수가를 따라 다시 아늑한 숲길을 걸었다. 호수 트레킹은 평탄해서 식사 후 걷는 가벼운 산보로 안성마춤이었다. 인적 드문 숲길을 1.5km 걷고 나니 하루가 끝나간다. 그만 발길을 돌려 화산을 벗어나야지… 찌뿌둥한 하늘은 그만 가라고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5월의 아조레스는 준비가 덜 된 거 같다. 손님을 맞으려면 좀 더 산듯해야 하지 않을까… 맑은 하늘을 찾아왔건만 움추려들 게 하는 찬 바람과 촉촉이 적시는 비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