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여행기 6. 아조레스의 심장을 태운 포고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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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호수 가는 길에 피어 있던 아름다운 꽃들

포고 호수로 향하는 신길로 들어서며 뒤를 돌아보니 봉긋한 오름이 섬 전체에 퍼져있다. 제주공항에 착륙할 때 비행기 창에서 밖을 내다보고 깜짝 놀라게 황홀했던 기억과 같다. 제주도에는 360개의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올라 신비로운 자태를 연출한다. 아조레스에도 오름이 2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화산이지만 터지지 못하고 그만 주저앉은 비운의 화산. 에너지가 부족해 그대로 주저 앉아야만 한 200여개의 기생화산은 한이 그 안에 꼭꼭 채우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오름이 그렇듯이 아조레스의 오름도 생태의 보고일 것이다. 비록 터지지는 못했지만 정상은 부석으로 가득해서 움푹 파여 있을 터이고, 어떤 오름은 꽉 들어차 단단히 자리잡고 있을 것이고. 어떤 형태이든 오름은 생태적 보존성이 우수하고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포고호수는 그런 오름을 만든 주범이다. 섬 중앙에 불끈 솟아오른 채 정상에 거대한 칼테라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호수는 사라져버린 삼각체의 끝을 상상하게 한다. 피나투보는 260m정도의 산이 하늘로 날아가며 당시 지구의 온도를 0.5도나 낮춰버렸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소빙하기의 원인으로 학자들은 대규모 화산활동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포고호수를 만든 화산은 주변을 얼마나 폭격했을까.. 포고가 불이라는 뜻이나 주변을 모두 불태웠던 모양이다. 현재 남은 땅의 증표로 판단해 보면 화구의 최고봉인 바로사 봉(Pico da Barrosa)은 949m이고 포고호수 수면은 고도가 575m인걸 보면 374m의 산이 하늘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화산분화로 알려진 피나투보 보다 더 강력한 폭발이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런데 포고호수는 산 미구엘 섬에서 가장 어린 화산급을 받는다. 15,000년전에 첫 분화가 있었지만 5,000년전에 지금의 형태를 띄었고 마지막 분화가 1563년이기 때문이다. 산 미구엘이 아조레스에 첫 발을 딛은 게 1427년이었으니 포구호수의 마지막 분화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천지개벽 같은 분화였다면 포르투갈이 아조레스에 도시건설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포고호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전경은 너무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포고호수 주변은 다른 칼데라와 달리 일체의 인공적 시설물이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호수 주변에 마을은 물론 사람이 기거한 흔적도 없다. 어제 트레킹한 세테 시다데스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호수 주변이나 화구능선에 카페나 식당이 자리 잡았을테고 달구지 가득 먹거리를 담고 장사하는 사람들로 혼잡스러울 것이지만 포고호수엔 카페나 식당은 물론 달구지 하나 없다.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화구능선상의 봉우리를 오르고 다시 호수로 깊은 내리막을 걸어 내려가는 순환 트레킹을 가졌다. 6km정도의 짧은 트레킹이지만 화산의 내벽을 타고 넘는 트레킹은 고도차가 커서 힘이 적잖이 들었다. 긴 하산이 끝나면 전망대까지 긴 오르막이 기다린다. 전망대에 올라 포고호수를 내려다 보니 멋진 광경은 그 만한 노고의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차에서 내려 잠시 사진에 담았다면 포고가 이리도 날 반겨줄까…

칼데이라 베라 가는 길

포고를 따나 칼데이라 베라를 찾아간다. 포고 호수를 만든 거대한 폭발은 굴뚝을 타고 솟구쳐 오른 마그마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 탄생의 신화였다. 비록 오래전 사건이지만 땅속은 그날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아직도 뜨끈뜨끈하다. 그래서 땅에서 흘러나온 물도 펄펄 끓는다. 보통의 온천은 땅속에서 솟구치지만 칼데이라 베라는 칼데라에서 끓는 물이 계곡으로 흘러 폭포처럼 떨어지는 특이한 온천이다. 폭포가 온천이라…. 코스타리카의 토바코 온천을 생각하게 하는 온천이다. 화산이 잘 끓여 내 놓으면 정글계곡으로 흘러 나가고 그 물을 담아 탕을 만은 것까지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코스타리카의 토바콘 온천과 똑같다. 입장료가 1/5로 적으니 규모도 그 정도가 아닐까.. 트레킹을 하고 노곤한 몸을 온천물로 마사지 해주면 몸은 노곤하게 화답한다.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폰트 델가다로 돌아와 고래 크루즈(whale watching)에 올랐다. 혹 고래는 못 볼 수 있지만 돌고래(Dolpin)은 100% 볼 수 있다고 떵떵거린다. 고래는? 경우에 따라서 못 볼 수 있지만 아조레스라면 70%정도는 볼 수 있다고 한다. 왜일까? 1984년 포경이 금지된 이후 아조레스 해역은 고래의 주 서식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래를 보는 일은 행운에 가깝다. 그만큼 고래는 인간과 멀고 돌고래는 인간과 가까운 건가? 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움직이고 돌고래는 얕은 수면으로 올라와 움직이는 차이는 아닐까? 고래는 연근해 심지어는 민물에서도 서식한다. 반면 고래는 먼 바다에서 서식하니 고래를 보는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인 게 당연하지 않은가. 원인이야 어떻든 고래투어였고 나는 고래를 꿈꾸며 보트에 올랐다. 돌고래도 고래 종족이니 고래라고 생각하고 보면 될 일 아닌가.. 돌고래는 100%라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