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와 아조레스 여행기 7. 아조레스 꽃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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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레스에서 삼 일간 폰다 델가다를 중심으로 서쪽 화산과 중부의 화산을 트레킹 했다. 북쪽 해안과 동쪽이 궁금한 시간이 되었다. 특히나 북부엔 녹차 밭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남부 해안에서 산을 넘어 북부 해안의 녹차 밭으로 향했다. 차는 비운의 역사적 산물이었다. 탕구트 왕국은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포위할 만큼 위협적인 군사력을 자랑했고 특히나 탕구트 기병은 몽골 기병만큼이나 용맹하고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멀리하고 차를 마시기 시작하며 독경을 읽는 수행자가 되었다. 말에서 스스로 내려왔으며 칼을 내려놓은 것이다. 티벳 고원을 주름잡던 탕구트의 용맹은 그 이후 더 이상 역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티벳트인들은 무슨 연유로 육식을 멀리하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당 왕조에서 보낸 문성공주가 불상과 차나무를 가져간 시점부터 일어난 현상이라고 한다. 불교를 숭상하며 살생과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차를 마시며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것에 정진하기 시작한 탕구트 왕국. 그렇게 탕구트 왕국은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졌다. 이건 철저히 계산된 당의 전략인지 모른다. 차에 푹 빠진 티벳은 좋은 말을 가져다 주고 차를 가져오기 시작했으며 차마고도가 활성화되었다. 차마고도가 활성화될수록 티벳엔 좋은 말이 부족했고 티벳은 다시 일어날 수 없었다.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중국이 시장만 열면 떼돈을 벌거 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과 교역을 하면 할수록 영국은 적자에 허덕였다. 영국의 모직물은 중국인들이 선호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차는 영국의 국민 기호품이 되어 수요가 갈수록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나 차 수요가 많았으면 아편전쟁을 일으켜야만 했을까..

끝없이 펼쳐진 차농장

상인의 나라인 영국은 상업활동을 위해 나라를 운영한 특별한 국가였다. 어떤 상인이 지속적인 적자를 감수하고도 가만 있을까? 기업의 특징은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고 상인의 국가인 영국은 이익이 나는 것을 찾아 나라의 운명을 결정했다. 국고를 바닥낸 차 구매대금을 다시 가져올 방안은 인도에서 찾은 아편이었다. 아편으로 영국정부의 창고가 튼튼해질수록 청왕조의 창고를 점점 비어 갔고 결국 청 왕조는 멸망하고 말았다. 영국이 세계를 정복해가는 속도와 반 비례해서.. 그렇게 한 나라의 운명을 바닥까지 뒤 없은 게 차(茶)아니었나… 현재도 차는 세계인의 기호품으로 으뜸이다. 영국은 차 생산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정성을 다했지만 영국의 날씨에서는 실패만을 거듭했다. 결국 중국남부와 기후대가 비슷한 스리랑카 산악지대와 인도 다질링에서 차 대량생산에 성공함 으로서 영국의 수요를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최대 차 수출국이 되었다. 그런데 영국과 비슷한 기후 조건일 것 같은 아조레스 군도에 왠 차 밭.. 그것도 1750년 동방에서 돌아오던 선박에 의해 처음 차 나무가가 전래되었고 1883년부터 이 농장에서 차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 농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차 농장이다. 아조레스의 차 밭은 해안의 짠 바람을 전면에 두고 완만한 산릉을 덥고 있다. 해풍의 영향을 받은 차 잎이 특별하게만 보인다. 차 농장을 일주하는 6km의 트레일을 걸었다. 길 좌우엔 수국이 가득 심어져 있어 6월부터는 수국 터널을 걷는 길이라고 한다. 바다와 차 밭 그리고 고목에 몸을 숨기고 애처롭게 흔들리는 난(蘭) 한송이, 무턱대고 누른 사진마저도 그림 같다. 프랑스 여행팀은 바구니를 들고 찻잎을 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미리 신청하면 차 잎을 따는 체험도 가능한 모양이다. 작은 동산을 통으로 가꾼 차 밭이라 걷는 길도 쾌적하고 바다와 어울리는 전경도 미려하다. 보통 산에 어울리는 차 밭이건만 아조레스에선 바다에도 차가 어울린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차 공장에서는 건조과정과 정제과정 그리고 포장까지 차 닢이 차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료로 차도 마음껏 따라 마시라고 한다.

차농장 트레킹코스 지도
열심히 차를 따고 있는 여행객들

공짜로 제공되는 차를 한잔하고 차 밭을 떠났다. 차는 유럽에 새로운 즐거움과 산업을 주었지만 중국과 인도인에게는 평화로운 삶을 빼앗아간 계륵이었다. 그러니 차는 유럽 땅에서 키워서 유럽의 욕구를 채우면 좋을텐데, 아조레스가 그 역할을 단단히 하려나 보다.

차 밭을 뒤로하고 북쪽 해안과 동쪽 해안의 전망대를 찾아 드라이브를 떠났다. 대지가 바다방향으로 툭 튀어나오고 땅이 깎아 가파른 절벽이 된 지점엔 어김없이 전망대가 앉아 있다. 반면 산 사면은 규격품 같이 일정하게 초지가 다듬어져 있다. 바다와 해안을 조망하는 전망대에서 잠깐,. 멈칫하고 내륙으로 시야를 돌려 수목과 구릉의 초원을 바라본다. 어쩌면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유네스코는 아조레스를 생물보호구로 지정했으며, 아조레스 군도는 13 개의 람사 유적지(보존해야 할 주요 습지)와 30개 이상의 blue flag(유럽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해변에 주는 상)을 지니고 있는 자연의 섬이라고 한다. 유럽위원회에서 보존해야 할 자연을 선정하는 데, 아조레스는 한번도 거른 적이 없을 만큼 생태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섬이다. 아조레스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환경보존을 우선으로 고려하며 개발은 토지의 단지 5 퍼센트로 제한되어 있고 95%를 보호 지역으로 묶여 놓았다고 한다. 내가 본 목장과 초원, 차 밭, 해안의 전망대와 해안도로를 모두 다 해도 섬의 5%를 넘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깨끗하고 청결한 섬인가,,

해안 전망대에서 만난 예쁜 현지 커플

아조레스 트레킹은 유라시아 판과 아메리카 판이 만나고 다시 남쪽에 아프리카 판이 밀고 올라와 서로 충돌하는 판의 접합지. 지구의 가장 중요한 3대 지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의 순수함을 찬미한 4일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