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항문화로서의 히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히피로 살았던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의 하나였으며 자신을 깨어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라고 회고했다. 그에게 히피의 삶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창이었고 things difference(다르게 생각하라)를 실행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으며 다른 세상을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문화적, 철학적 배경이 히피 문화였다.
히피 운동은 1960년 샌프란시스코의 외곽인 애시 베리(Haight Ashbury)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대안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작은 마을은 미국의 다른 마을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외형상 비춰진 모습은 약에 취해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젊은이들, 긴 머리에 자유로운 복장, 어디서나 가리지 않고 나누는 사랑표현, 사이키텔릭 록(psychedelic rock)에 취해 흔들거리는 혼란과 무질서로 가득한 마을이었다.
청교도적인 금욕과 질서, 희생의 토대 위에 세워진 미국은 잘 짜여진 사회였고 히피의 무질서와 자유분방함은 사회에 대한 도전이자 위험으로 비추어졌다. 그런데 그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도전이었을까? 그리고 히피를 불편해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자유와 평화를 외치는 히피들]
[켄 키시가 명명한 즐거운 장난꾼과 친구들]

부르주아는 왕정과 귀족사회에 저항하며 성장했고 주류가 되었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다.
부르주아는 11세기 탄생한 수공업자와 상인 집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영주의 보호를 받으며 상업에 종사하는 작은 집단이었나 상업이 활성화되며 점차 부를 쌓아 세력을 키웠다. 특히 16세기 프로테스탄트로 옷을 갈아입으며 부의 축적에 따른 종교적 가치를 마련했고, 18세기 시민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의 주역이 되었다.
부르주아 시대는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완성되었다.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왕권 중심의 귀족사회로부터 권력을 완전히 빼앗아와 도시중심의 사회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왕궁과 지방 영주의 성(城)에서 소비되던 문화가 부르주아가 거주하는 도시로 이전되면서 부르주아 문화가 문화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부와 문화를 지배한 부르주아는 권력이 되었으며 권력이 되자 자신들의 성공신화를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사회를 그길로 몰아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물질적 성공을 제시했다. 반면 성공에 이르지 못한 사람에게는 복종을 강요했다. 히피는 이런 비인간적 문화에 저항하는 반사회적이고 반 도시적인 운동이었으며 인간성 회복과 자연으로의 귀의를 주장하는 젊은이들의 저항이었다.

2. 히피 운동이 시작된 센프란시스코

히피의 대표적인 인물은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를 집필한 켄 키시(Ken Kesey)라는 소설가다. 그는 낡은 버스를 요란하게 치장한 뒤 “즐거운 장난꾼”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친구들과 이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마약과 일탈을 즐겼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서는 La Honda라는 작은 마을에 생활 공동체를 세우고 새로운 삶을 추구했다.
그들의 생각과 활동은 샌프란시스코의 대학가로 퍼져 나갔고 히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히피 문화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을 당시 가장 활성화되었지만 미국정부가 베트남에서 철수를 결정한 뒤 급속히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히피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의 버클리 지구에 가면 히피의 정신을 지키려는 작은 몸부림들과 만날 수 있다.
북아메리카 횡단의 첫날, 히피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북 버클리(North Bekeley)에서 히피의 자유로움과 다른 생각,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만나본다.
북 버클리에선 로컬 푸드, 유기농 음식, 인디 음악, 독립서점, 빈티지 패션, 에스닉(Ethnic) 음식 등 획일화되고 단순화한 사회에 새로운 물고를 트는 문화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의 정신적 가치는 히피에서 비롯된 자유와 소통 그리고 자연친화의 정신이었으며 세계로 퍼져 나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저급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거리의 명소로는 독립 책방 운동을 시작한 모로 서점, 지역 농산물만을 활용해 피자를 만드는 피자집, 근거리 농장에서 가져온 신선한 먹거리로만 조리하는 셰 파니스(Chez Panisse) 식당, 카페라테를 처음으로 만든 카페,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소량의 커피를 솥 하나로 볶아 풍미를 유지한 카페, 직거래 장터 운동이 시작된 버클리 업, 스타벅스의 원조가 된 카페 등등.. 많은 상점이 나름의 가치를 유지하며 영업 중이다. 그래서 북 버클리는 히피의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한다.
아메리카 횡단의 첫날 저녁은 셰 파니스(Chez Panisse) 식당을 선택했다. 한 끼니에 $100이 넘는 비싼 음식이지만 20년 전부터 로컬 푸드와 유기농 운동을 주도한 식당이다. 처음엔 초라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1달 전에도 예약이 어려운 식당이 되었다. 문화란 그런 게 아닌가,, 시대가 변하면 주류도 바뀌니 히피는 주류에 안착한 고급문화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