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옐로스톤의 마그마 방과 Super Volcano

빙하시대 북아메리카를 뒤덮은 빙상(氷狀-Ice Field)은 로키산맥에 의해 서쪽과 동쪽 두 개의 빙상으로 나누어졌다.
두 빙상의 면적은 로키 서쪽에 위치한 코르디엘라 빙상(Cordilleran ice sheet) 이 한반도의 11배이고 록키 동쪽에 펼쳐진 로렌티드 빙상(Laurentide Ice Sheet)은 면적이 한반도의 54.5배의 크기였다. 빙하의 두께가 가장 두꺼운 지역은 두께가 3.2km에 이르렀고 해안으로 갈수록 빙하의 두께는 얇았다. 이렇게 거대한 빙하가 로키를 경계로 하여 동서로 뻗어갔으니 로키는 북아메리카 빙하의 중심지이자 시작점이었다.
현재는 빙하가 다 녹아서 산정에만 일부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 북미 대륙을 두텁게 덮었던 심지어 빙하기에도 빙하에 덮이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 그것도 빙하를 만들어내는 로키산맥의 일부분인데도…

[로키산맥과 북아메리카를 뒤덮은 거대한 빙상]

옐로 스톤의 지하에는 길이 약 60km, 폭 29km, 깊이 5~12km의 단일 마그마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알려진 마그마방 말고도 그 아래 남한 면적의 마그마 저장소가 새롭게 발견되었고 그 아래에는 맨틀과 연결된 마그마 기둥이 있어서 지구 내부에서 마그마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현재의 규모만으로도 세계 최대이며 마그마방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 그 규모를 예측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옐로 스톤에서는 200만 년 동안 세 번의 대 분화가 있었다. 대략 70만 년에 한 번꼴로 분화를 했으며 마지막 대 분화가 64만 년 전이라서 70년 주기를 고려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 대 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구의 멸망과 옐로 스톤의 대 분화를 연계 짓는 건 지하 마그마방의 규모 때문이다. 지하 마그마방의 크기로 볼 때 옐로 스톤은 Super Volcano인 게 분명하다. 나사는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3가지 시나리오로 “Super Volcano, 외계인의 침공, 그리고 소행성의 충돌”을 꼽았으며 그중 Super Volcano가 가장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Super Volcano는 지난 1억 3천2백만 년 동안 40여 개 존재했고 5만 년 주기로 반복되었다. 마지막으로 출현한 Super Volcano는 27,000년 전 타우포 화산이었으며, 주기상으로 보면 앞으로 20,000년 뒤에 Super Volcano의 출현이 예측되고 있다. 2만 년 뒤 출현한 Super Volcano는 지구의 마지막을 장식할 불꽃 잔치가 될 것이고 그 현장은 여기 엘로 스톤일 될 것이라는 게 화산학자들의 예상이다. 빤히 결과를 알면서도 무방비로 당해야 할까?
영화 “백두산”에서는 백두산 아래 7개의 마그마방 중 가장 활동적인 마그마방을 벽에 구멍을 뚫고 틈으로 화산 에너지를 방출시킴으로서 폭발을 중지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옐로 스톤은 어떤 방법을 고려하고 있을까?
옐로 스톤은 1만여 개의 간헐천이 지하의 열기를 뿜어내는 세계 최대의 간헐천 지대다. 여기서 착안하여 마그마방에 물을 주입해 열을 식히는 대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간헐천이 하고 있는 일을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과연 지구가 반복하는 일상을 인간이 과학의 지혜를 빌려 조정할 수 있을까? 지구의 기후를 조작하다 지구적 재앙을 불러올 지오스톰(Geostorm)이 발생하듯이 더 큰 화를 자초하지는 않을까? 무언가를 하려 할수록 결과가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옐로 스톤은 그럭저럭 막았다고 해도 엘로 스톤이 막히면 이번엔 더 센 놈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2013년 태평양 해저에서 발견된 Tamu Massif(타무 매시프) 화산은 1억 4,400만 년 전에 분화했으며 분화구의 크기가 31만 km²로 한반도의 약 1.5배, 영국과 아일랜드를 더한 면적과 비슷한 거대 화산이다. 옐로 스톤은 비교도 안되는 규모인 것이다. Tamu Massif가 폭발하며 지구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다. 온화한 쥐라기가 끝나고 뜨겁고 메마른 백악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공룡이 일시에 사라진 것도 아니다. 공룡이 사라지기까지 1억 년이 더 흘러갔다. Tamu Massif도 그 정도였는데, 옐로 스톤을 여행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야겠다. 옐로 스톤이 인류 문명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진화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옐로 스톤의 명소는 세 가지로 축약된다. 만여 개에 달하는 간헐천이 열기를 품어내는 계곡을 걷는 일, 수상 조류가 가 득한 뜨거운 칼데라(Hot spring caldera), 버펄로, 엘크, 야생 곰 등이 뛰어노는 옐로 스톤 화산 고원, 급류에 깎인 V자 협곡이다. 하루에 하나를 목표로 여행해도 4일이 소요된다. 특히 옐로 스톤 고원은 광대하고 간헐천 계곡이나 프린스틴 칼데라(Prinstine Caldera)는 아름다움에 비해 낮은 고도에서의 조망은 한계가 있다. 옐로 스톤의 멋과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 헬기에 오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옐로스톤은 잡다한 불편이 땅속에 묻힌 채 신비롭기만 하다. 그리고 하루는 간헐천 계곡을 걷는다. 아이슬란드의 골든 서클을 여행하다 보면 거대한 간헐천을 만나게 된다. 뉴질랜드 로터루아에서 만난 간헐천은 100m나 솟구쳐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이 분출하는 간헐천이라고 한다.
캄차카 계곡에서 만난 간헐천은 주변에 미생물이 가득해 색이 다양하고 다양한 종류의 간헐천으로 가득하다. 옐로 스톤은 어떨까? 옐로 스톤은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 캄차카를 모아 놓은 듯하다. 다양하고 거대하며 화려하며 무엇보다 너무나 많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프린스틴 칼데라(Prinstine Caldera)는 옐로 스톤의 얼굴이라고 할만하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며 그 자태에 현혹되었지만 칼데라를 일주하며 열기를 느끼는 맛도 나름 괜찮다. 옐로 스톤은 화려하고 멋스러워서 독이 든 성배 같다. 만약 옐로 스톤이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간다면 그건 화산분화에 의한 파괴가 아니라 아름다움에 현혹된 이유일 것이다.

2. 빙하의 조각품 테논 마운틴

7,000만 년 전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충돌하기 시작했고 태평양판이 북 아메리카판 밑으로 파고들며 로키산맥이 만들어졌다. 600~900만 년 사이에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케스케이드 변혁(Cascadian revolution)이라는 조산운동이 일어났으며 테톤 마운틴은 이때 탄생했다. 그 후에도 지반의 융기와 침하는 단층선을 따라 200만 년 동안 반복되었고 그 결과 테톤 마운틴은 해발 15,000m나 융기한 고원이 되었다. 실로 대단한 높이다.
에베레스트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이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순상지를 만든 화산 벨트는 대지의 고도가 12,000m의 되도록 용암을 뿜어냈다. 테톤 마운틴의 대지는 땅을 들어 올렸고 그 높이가 15,000m나 되었다.
에베레스트의 두 배에 달하니 에베레스트가 무색한 높이다. 사람과가 600만 년 전쯤 나타났다고 하니 테톤 마운틴 주변에 인류의 조상이 살았다면 그는 오늘날 고산 등반가와는 비교도 안되는 뛰어난 고산 등반가였을 것이다. 오늘날의 고산 등반가는 8,848m의 에베레스트도 산소통에 도움을 받으며 겨우 오르는 데, 600만 년 전의 선조는 15,000m의 고원을 들판같이 뛰어놀지 않았을까?

[테톤의 형성을 보여주는 캐시케이드 변혁 - 지반의 융기와 침강]

테톤 마운틴은 빙하기에 코르디옐라 빙상에 덥혔다. 해빙기가 되면서 테톤 마운틴과 옐로 스톤 고원을 덮었던 빙상이 녹기 시작했고 녹은 빙하는 남쪽으로 흘러 나가며 테톤 마운틴의 대지를 심하게 깎아 냈다. 그런 영향으로 테톤 마운틴은 미국에서 가장 조형미가 뛰어난 산에 꼽힌다. 계곡 곳곳은 거대한 빙하 호수를 품고 있으며 그 뒤로는 날카롭게 깎인 봉우리가 물결치듯 줄지어 서 있다. 해가 암봉에 반사돼서 반짝이는 일몰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자태다. 그래서 다른 산처럼 정상을 향해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지점에서 그윽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산이다.
100여 개의 빙하 호수가 웅크리고 앉은 테톤 마운틴은 호수를 돌아 계곡을 걷고 다시 호수로 돌아오는 트레킹이 일반적이다. 때로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빙하가 남긴 흔적을 따라 계곡을 걷고 다시 호수로 돌아온다. 다른 산과 달리 날카로운 암봉이 빙하에 저항했듯 세월에 저항하고 있어서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암벽등반 장소에 꼽히고 있으니 정상을 꿈꾸는 일은 테톤 마운틴에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저 바라보고 함께하는 조망이 즐거운 산이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로키의 줄기이고 작게 보면 옐로 스톤에 연결된 하나의 산군인데 옐로 스톤과는 너무 다른 얼굴이고 너무 다른 자태이다. 화산과 빙하의 오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옐로 스톤과 테톤 마운틴 산악여행은 로키의 심장을 두드리는 멋진 산악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