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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편 4화 : 네이버나 구글은 알까. 정상에 오르면 얼마나 좋은지?

2억 5천만 년 전 흩어져 있던 대륙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나의 대륙이 되었다. 그때 남쪽의 곤드와나 대륙과 북쪽의 로라시아 대륙 중간에 끼어있던 테티스 해는 좁아졌고, 결국 두 대륙은 만나고야 말았다. 두 대륙이 만나며 거대한 충돌이 발생했고, 대지와 대지가 만나며 산맥이 길게 동서로 만들어졌다.
피레네-알프스-카르파티아-발칸-카프카즈-파밀-천산이 모두 그때 한 몸으로 만들어진 산맥이 아닐까..참 기이하다. 고정되어 있을 거 같은 땅이 어떻게 이렇게도 움직이고 저렇게도 변화하는가.. 이태리는 대리석이 많기로 유명하다. 루이스 앨버레즈 부자는 대리석층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형성된 한중의 진흙층에서 영감을 얻어 8천 만 년 전 중생대의 멸망을 규명했었다. 왜 이태리에는 대리석이 많은가? 바다였기 때문이다.
처음 트레킹한 로도페스 산맥은 석회암질이었다. 두 번째 트레킹한 피린 산은 정상이 거대한 대리석이었다. 모두 바다 및 해저 지층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불가리아를 동서로 가르는 불칸 산맥은 북쪽 대륙인 로라시아의 해안선이었던 게 아닐까? 2억 5천만 년 전일을 그 누가 알까? 그저 추측이고 상상일 뿐이다.
그리스인이 정한 북쪽의 한계선은 카프카즈와 불칸 산맥이 아니었을까? 제우스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한 절벽에 감금되어 독수리에게 간이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다 없어진 간은 밤이면 다시 자라 아침이면 원상태가 되었으니 프로메테우스는 죽지 못해 절망했을 것이다. 그 산이 카프카즈의 카즈베기(Kazbegi) 산이다. 불칸은 어떤가? 지브코는 나의 의문점에 모르겠다고 돌아서 버렸으니 나 홀로 상상할 수밖에..
불칸은 그리스 신화의 대장장이며 불의 신이다. 불칸은 영어로 이전되어 볼케이노(Volcano) 즉, 화산이 되었다. 불을 만드는 자. 불을 뿜으며 터지는 화산인 것이다. 오늘 오른 불칸산은 가을 단풍이 들어 불타오르는 듯 찬란하다. 숱한 불꽃이 피어나, 온 산을 태우고 있어 그 이름 그대로 적합한 단어로만 보인다. 불을 뿜는 산 발칸, 불이 되어버린 반도 발칸. 어쩌면 이렇게 미래를 보고 이름을 지었을까.. 발칸산맥은 길이가 85km, 넓이가 10km이다. 그리 큰 산맥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불가리아를 남북으로 나누고 흑해로 말려 들어가기까지 주변에 여러 산군을 낳았으니 그 역할이 적지 않다.
불가리아는 불칸산맥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다른 얼굴로 살아가는 듯하다. 북쪽은 넓은 초원이고 남쪽엔 로도페스, 피린, 릴라등 산이 많다. 그래서 북쪽엔 곡식 농사가 주를 이루고 남쪽엔 채소, 목축 심지어 벌목까지 다양한 산업이 자리잡았다. 불칸산이 나눈 남과 북, 불가리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투르크계 부족이다. 이들은 한때 지역에 단단한 왕국을 건설하기도 했지만, 슬라브계의 남하에 시달렸고 오스만 투르크의 오랜 지배를 받았다. 지브코만 해도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슬라브 계통이 아닌가? 그런데 그의 여동생은 갈색 머리에 진녹색이라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눈을 가지고 있고, 그의 어머니는 붉은 머리에 갈색 눈이라고 한다. 한가지 얼굴을 가진 우리보다 주변으로부터 더 시달린 결과인가? 다양한 얼굴만큼이다 다양한 자연을 즐기며 불가리아를 횡으로 달려 불칸산에 닿았다. 그리고 세찬 비바람을 거스르며 트레킹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인 불가리아의 대기는 겨울과 여름의 중간지대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브코는 오늘 산에 첫눈이 내릴 거라고 한다. 올해의 첫눈을 불같이 사랑스러운 불가리아에서 맞다니 이런 행운이..

[형형색색의 예쁜 물이 들었다.]
[형형색색의 예쁜 물이 들었다.]

발칸산을 오르고 보니 길게 두드려 펼친 시루떡 모양이다. 돌출된 봉우리가 산줄기를 만들고 그 줄기가 선 굵게 위세하기보다 두툼한 대지가 일정하게 솟구쳐 올라 꾸불꾸불 꼬리치는 산세다. 그러나 그 대지에 서려면 어디에서건 반나절 가파른 산길과 다투어야 하니, 그 노력을 건너뛰기로 했다. 리프트를 타고 한참을 오르니 넓은 고원 같은 턱에 닿았다. 식은 죽 먹기다. 10여 분 올라 정상 능선에 닿으니 트레킹은 일사천리다. 그런데 다시금 다가오는 짙은 비구름, 북쪽에서 찬 기운이 남하하며 대기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바람이 거세지더니 우박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때린다. 저만치 앞서가는 지브코를 멍하니 바라보다 손짓햇다.
“그만 소피아로 가자. 가서 스테이크나 먹자. 산은 많고 내 인생도 아직 짱짱한데, 욕심은 다음에 내도 돼. 난 어여 소피아로 돌아가 한 끼니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 어서 리프트타고 하산 하자.”
가이드로서 철저하고 싶은 지브코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나에게로 돌아온다.
“우리는 4개의 산에 왔어요. 그런데 당신은 왜 정상을 한 번도 오르지 않죠? 못 걷는 것도 아닌데.”
“꼭 올라야 한다면 다음엔 꼭 오를게..”

지브코는 불만스럽게 돌아섰다. 가이드가 이정도는 되야지.. 난 그의 뒤를 따르며 젊은 친구가 꾀 안 부리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브코, 소피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 왜 나라마다, 아니 지역마다 소피아 성당이 있지?”
“그런 건 구글에 물어보세요..”
세상이 하나가 되고 있다. 너도나도 궁금한 걸 인터넷에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으니..정상에 오르면 얼마나 좋은지 네이버에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