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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자 프랑스의 왕비인 메리 튜더가 스코틀랜드로 귀환할 때 그녀는 프랑스의 수준 높은 궁전문화를 들여왔고 이는 문화적 기반이 약한 영국에 문예 부흥의 기초를 제공했다. 물론 그녀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궁정 문화는 검소한 신교 세력에게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후에 엘리자베스 1세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사형에 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1세 치세의 사람이다. 영국이 스페인을 제압하고 세계로 뻗쳐나가던 시기였으며 문화적으로도 프랑스와 로마를 넘어 새로운 성숙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문화창달의 요구에 직면한 영국. 에너지의 주체는 전통적인 가톨릭과 궁정, 귀족이 아닌 새로이 부상한 신교를 중심으로 한 신흥 상인과 지식인 계급이었다. 세상의 질서가 바뀐 것이다. 그런 시대에 셰익스피어가 있었고 그는 새로운 시대에 알맞은 예술가였다.
물론 메리 여왕의 공덕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의 고급문화가 그녀로 의해 영국에 이전되었고 영국 문화 르네상스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영국엔 전통문화가 없었을까? 로마가 전해준 수준 높은 문화적 기반은 로마와 함께 와해되었는가? 영국이 유지한 민중적 문화전통의 싹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인가? 알지 못할 질문을 안고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Stratford)로 향한다.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셰익스피어는 서민 언어인 영어로 작품을 쓴 첫 작가라고 한다. 지식 백과는 4대 비극을 해석하며 “셰익스피어는 자기 완결적(目己完結的) 작가로 인간의 양심과 붕괴라는 절대적 명제를 다뤘다.”고 해석하고 있다.

르네상스가 주시하는 본질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결점투성이인 존재다. 셰익스피어는 그런 인간을 주시했고 모순과 갈등의 대치 속에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을 면밀히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발산하는 즉 감정의 양면이라는 신비적 명제를 남겼다. 영국의 문화는 그렇게 인간에 대한 탐구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 Upon Avon)’의 거리를 거닐며 셰익스피어가 남긴 명문장을 읊고 또 읊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압축적 문장이다. 하지만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존재에 대한 기본적 질문을 하게 한다. 셰익스피어 스스로 햄릿에서 말하고 있듯이.

간결은 지혜의 본질이고 장황함은 겉치레일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간결하고 압축적 문장을 구사하여 구시대와 결별을 고했다. 주관적인 시대가 끝나가고 객관적인 시대가 다가오는 물목에 서 있었던 셰익스피어. 모순과 불안정을 끌어안고 보편성과 객관적 지향을 추구했던 셰익스피어, 이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 한 영국과 엘리자베스 여왕의 도전이었으면 셰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문화적 동반자였다. 그러니 영국의 금고 역할을 한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을까..

셰익스피어의 생가
셰익스피어가 다녔던 학교

18세기 튜더시대의 건축이 즐비한 거리를 걷고, 생가에서 열리는 간단한 연극을 보고, 셰익스피어가 다닌 학교 거리를 걷고, 가족이 묻혀있는 교회를 찾아 숙연히 머리 숙인다. 셰익스피어는 연극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남겼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아내인 앤 헤서웨이의 묘
성 트리니티 교회에 셰익스피어 가족이 함께 안치되어 있다.

“세상이란 모두 하나의 무대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배우에 불과하다. 그들은 무대에 들락날락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여러 역을 하게 된다. 당신은 어떤 역을 하고 있는가?”

영국 여행의 마지막 날, 영국인들이 즐겨 마신다는 크림 티와 1594년부터 맥주를 팔았다는 집을 찾아가 Ale 맥주를 한잔하고 해 질 녘 연극을 한 편 보아야겠다. 불행한 젊은 연인의 사랑 고백을 들으며..

영국인들이 즐겨마시는 크림티를 판매하는 가게
1594년부터 팔린 Ale 맥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지워버려라. 나는 운명에 희롱당하는 바보다.” “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오늘도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두 젊은 청춘의 비련의 운명을 예시하는 듯하다. 이탈리아를 가보지도 않은 셰익스피어건만 그는 이탈리아의 쩌렁쩌렁한 오만과 그 오만을 지고 사는 사람들을 어찌 알았을까? 아마도 고개를 들 수 없는 따가운 햇빛이 이탈리아에는 있고 영국에는 없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나 보다.

컨슈머타임스-김경한님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https://goo.gl/c5WFr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