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정대,

유라시아 횡단
그 장대한 이야기

1. 끓어오르는 툰드라 동토 캄차카 반도

1. 끓어오르는 툰드라 동토 캄차카 반도

하이라이트

베링이 캄차카로 향한 이유

탐험을 택한 네덜란드인 베링

잊혀진 땅, 새로운 여행의 시작, 캄차카

하이라이트

베링이 캄차카로 향한 이유

탐험을 택한 네덜란드인 베링

잊혀진 땅, 새로운 여행의 시작, 캄차카

☞ 베링은 왜 캄차카로 향했을까?

러시아 황실의 명을 받은 비투스 베링은 1733년 캄차카 탐험대를 이끌고 상 페테스브르크를 출발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바다에 닿기 전에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 어려운 난관이 있었다. 바다의 사나이 베링에게 시베리아 횡단은 대단한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거대 모피 업자 ‘스트로가노프’에 고용된 카자크 족이 모피를 찾아 시베리아를 수시로 횡단하고 있었지만 빽빽한 삼림과 질퍽한 늪지는 무한의 시야를 제공하는 바다와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베링의 원정대는 극동의 오호츠크(Okhotsk)에 닿았다. 베링이 도착하기 전 100년 전인 1638년에 캄차카는 러시아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코사크 용병은 모피 교역을 하기 위해 캄차카를 오고 갔다. 캄차카는 러시아 황실에 미지의 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캄차카와 그 너머의 세계를 탐험하라는 명령을 베링에게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러시아는 17세기부터 세계 최대 모피 공급 국가였고 러시아 재정의 1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었다. 하지만 석탄이 난방 연료로 쓰이며 모피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모피 산업이 주는 이익은 공업 생산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반면 모피 사냥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역전 현상에 직면했다. 러시아 황실은 모피가 아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베링 원정대의 시베리아 횡단 루트 - 출처 NYTEKNIK]​

☞ 탐험을 택한 네덜란드인 베링

베링은 러시아 해군에 소속된 네덜란드 사람이다. 러시아 해군에 소속되었다고는 하나 일반 수병이 아닌 러시아 황실과 계약관계인 특별한 존재였다. 즉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러시아 황실과 계약을 맺고 일을 수행했던 전문가였던 것이다. 유럽에선 중세 말기 그런 계약이 빈번했고 그런 사고가 근세의 기초를 닦았었다. 제노아 출신의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왕실에 자신의 해도를 들고 찾아가 대서양 횡단 프로젝트 설명을 했으나 거절당했으며 결국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과 협약을 맺고 아메리카 탐험을 시작했다. 포르투갈 출신이었던 마젤란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하려는 자신의 대항해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페인으로 탈출하여 세계 최초의 지구 일주라는 대업을 완성했다. 리빙스턴을 찾아 나섰던 스탠리는 리빙스턴에게서 탐험 일지를 선물 받았고 리빙스턴의 탐험 일지를 바탕으로 콩고 탐험의 계획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탐험 계획서를 가지고 영국 왕실과 프랑스 왕실을 찾아가서 브리핑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럽의 왕실을 전전하던 그에게 지원자가 나타났는데, 벨기에가 공화정이 되며 권력에서 밀려난 레오폴드 2세였다. 두 사람은 콩고 주식회사를 세우고 미지의 땅을 하나 둘 소유해갔다. 벨기에의 80배에 달하는 땅을 국가가 아닌 레오폴드 2세라는 개인이 소유하게 된 것이다. 황실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러시아 황실도 새로운 땅에 대한 갈망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네덜란드인 베링이 새로운 땅에 대한 비전을 러시아 황실에 제안했다면 그렇다면 그는 분명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알래스카를 발견하여 러시아에 귀속시켰으니 약속을 이행한 믿을 만한 동업자였고 아메리카와 아시아 사이의 베링해를 발견하여 북극해로 향하는 길을 열었으니 위대한 탐험가였다. 베링은 위대한 탐험가였지만 9개월간의 탐험을 끝에 괴혈병으로 사망하였다. 당시 대 항해에 나선 뱃사람들은 30%만 고향으로 돌아왔다. 뱃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전투나 사고가 아닌 괴혈병이었다. 베링이 60년 늦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60년 늦게 태어난 제임스 쿡 선장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비타민 부족으로 발병하는 괴혈병을 예방했으며 그의 탐험선은 한 명의 사망자 없이 무사 귀환하였다. 또 베링이 닦아 놓은 북극 해로를 따라 북위 72도까지 항해하여 북극항로를 열었다. 쿡 선장은 베링의 실패를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았을 것이다. 베링이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성공을 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듯이..

☞ 잊혀진 땅, 새로운 여행의 시작, 캄차카

캄차카 여행을 흔히 “자연여행의 보고”라고 한다. 너무 멀어서 또는 개발되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역할이 맡겨진 듯하다. 지구촌에 남은 몇 안 되는 생태 환경 보존 지구이며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캄차카 전 지역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캄차카 대지는 대부분이 툰드라와 타이가다. 툰드라는 여름 한철 대지 표면만 녹고 땅속은 영원히 얼어 있는 동토이다. 하지만 캄차카의 툰드라는 조금 다르다. 캄차카는 땅속이 불같이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툰드라라는 표현이 옳은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환태평양 지구대에 걸쳐 활발한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분화하는 화산과 분화하려 는 화산으로 가득하다. 빙하 속 마그마, 극도의 불일치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지, 그것이 캄차카의 매력이다. 불일치 한 하나의 현장을 찾아 아바차 화산을 오른다. 세계 10대 아름다운 화산에 꼽히는 원추형의 성층화산이다. 땅을 불쑥 들어 올린 힘과 땅속에서 어마어마하게 쏟아낸 쇄설물이 화산의 표면을 치장하고 있다. 대지엔 알 수 없는 열점이 있 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열 점이 있는 지점엔 모호 라인(Moho line-맨틀과 암석권 사이의 막으로 맨틀로부터 지구 암석 권을 보호한다.)이 없고 지각에서 맨틀까지 연결통로가 이어져 있다. 그런 열점 포인트가 캄차카에는 220여 개나 된다. 그러니 캄차카는 불을 뿜는 위험한 땅이다. 그럼에도 대지는 꽁꽁 얼어 있다. 불과 얼음이라는 부교합의 땅… 땅속이야 어떻든 여름철 캄차카의 툰드라는 평화롭고 광활하며 아름답기만 하다.

캄차카의 두 번째 여행은 아바차만 바다낚시다. 아바차만(灣)은 항아리 형태라서 별도의 부두 공사가 필요 없는 천혜의 항구다. 베링 역시 아바차만에 자신의 탐험 기지를 건설했다. 아바차만 밖으로는 적도에서 올라오는 오호츠크 난류와 북극해에서 내려오는 한류가 만난다. 캄차카 연안은 난류성 어족과 한류성 어족이 모이는 풍부한 어장인 것이다. 특히 아바차만에는 아바차 강과 비스트라야 강이 유입되며 많은 토사와 미네랄을 실어 나른다. 미네랄을 먹고사는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새우, 새우를 먹고 사는 정어리와 대구, 정어리와 대구를 먹이로 하는 고래까지 바닷속은 고기 반 물 반이다. 아바차만의 낚시는 손맛이 좋은 여행이 아니라 입맛이 좋은 여행이 아닐까?
캄차카 연안은 세계 4대 어장인 북태평양 어장의 일부다. 북상하던 해류는 베링해에서 북 아메리카 연안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한다. 이 물길은 고래의 이동을 쫓아 연해주를 떠난 해양민족의 이동 루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베링이 처음 발견했다는 알류샨 열도와 알래스카 역시 유럽적 정의일 뿐이다. 

북 태평양의 해류 소용돌이를 따라 거대한 물고기의 이동이 있었고 물고기의 이동을 따라 인간이 움직였으니 미지의 대지라는 건 그저 나에게만 미지였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탐험의 시대 유럽인들은 “미지의 대륙이란 없다. 단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라고 정의한다.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미지의 공간에 존재하기 무엇, 캄차카는 누구에게나 미지의 대륙이 아닐까..

캄차카의 세 번째 여행은 곰과 연어의 생존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캄차카로 회귀하는 연어의 25%가 산란하기 때문에 쿠릴 호수를 연어의 에덴동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호수로 유입되는 강엔 시베리아 불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천국이 멀지 않지만 천국에 들어가는 문은 좁고 위험하기만 하다. 삶과 죽음은 치열한 투쟁을 거치고서야 주어지는 안식과 번식이니, 신은 이번에도 함정을 파 놓았다. 시험에 통과하는 자만 사랑하는 신, 신은 잔인한 게임을 즐기는 못된 속성을 언제나 버릴 려는지.. 연어는 오늘도 삶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애석하게도 쿠릴 호수로 향하는 길은 헬리콥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쿠릴 호수를 떠나 숙소로 돌아오는 여정 역시 1시간 하늘을 나는 헬기 여행이다.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툰드라 대지는 광대하고 공평하다. 인공의 美가 가미되지 않아 무엇 하나 어긋나지 않고 균일하며, 봉긋 솟은 화산과 화산 사이는 움푹한 대지가 가지런하게 이어주고 있다. 헬기는 잠시 쉬고 있는 화산 위를 비행한다. 분화구 안은 짙은 에메랄드빛 물로 가득하다. 어떤 작가는 칼데라의 푸른 손짓을 보고 악마의 유혹이라 했다. 고요하게 손짓하는 유혹은 이브가 속아 넘어간 사과같이 빛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아차 잘못 딛기라도 하면 몸이 녹아내리는 강산성의 독극물이다. 독을 품은 유혹의 땅. 캄차카는 그런 땅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은 빠져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