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정대,

유라시아 횡단
그 장대한 이야기

12. 오리엔트와 시베리아의 경계 카프카즈

12. 오리엔트와 시베리아의 경계 카프카즈

하이라이트

북 캅카스

유럽의 최고봉 엘브러즈

하이라이트

북 캅카스

유럽의 최고봉 엘브러즈

☞ 북 캅카스

카우카스는 바벨탑이 무너지던 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혼란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니 손이 먼저 나갔고 온순한 사람이나 사나운 사람이나 이리같이 상대에게 달려들며 싸움이 일어났다. 이건 바이러스 감염 같은 것이었다. 카우카스는 여기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카우카스는 가족을 데리고 급하게 바빌론을 벗어났으며 아무도 살지 않는 아라라트 산과 엘브러즈 산 사이에 정착했다. 카우카스의 후손들이 정착한 산맥을 사람들은 카프카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우카스의 후손들은 카프카즈를 넘어 초원으로 나가지 않았다. 왤까? 카프카즈 너머는 풍족한 초원이 기다리고 있고 사람의 북적거림도 없었을 텐데..

노아는 세 명의 아들을 두었고 막내인 야벳은 일곱의 아들을 두었다. 야벳의 둘째인 마곡은 세력이 약해 주변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아라라트에서 퍼지기 시작한 인간은 어느새 대지에 넘쳐났던 것이다. 야훼는 유대족에게 자손을 많이 낳아 지상의 주인이 되라고 했고 유대인들은 자식은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유대인이 후손 생산에 유난히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지켜야 할 신과의 계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회의 불안을 야기했고 이집트에서는 박해도 받았다. 아라라트에서도 그런 다툼이 빈번했는지 마곡의 자손들은 아라라트를 밀려났고 카프카즈를 넘는 모험을 감행했다.유라시아 여행을 하면서 확인한 사실은 하나였다. 떠난 자는 성공했고 주저앉은 떠난 자의 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힘이 없어 쫓겨났지만 카프카즈 너머의 세상은 광활했고 인간도 없었다. 마음껏 자손을 퍼트리고 어디든 정착할 수 있었다. 떠난 자와 머무른 자의 경계가 카프카즈였다.

카프카즈는 그리스인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대지의 끝에 대해 유난히 집착이 많았던 그리스는 그 끝에 대해 나름 정의하려 했다. 그리스의 정신은 이오니아의 실험적인 사고에서 아테네의 관념적 사고로 옮겨가며 상상하고 규정하길 즐겼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정의되지 않는다. 진리란 새로운 진리가 나올 때까지만 진리다.’
만약 이오니아인들이 그리스의 철학을 주도했다면 그들은 ‘카프카즈 너머엔 무엇이 있지?’라는 물음에 꼬리표를 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의 중심은 아테네로 넘어갔고 아테네는 ‘땅의 끝이 카프카즈라면 그곳에 악마를 가두면 되겠네’ 라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아테네인들에 의해 지구의 끝이 되어버린 카프카즈, 그곳에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감금했다. 그러니까 가볼 이유가 없는 땅이었다. 그렇게 인지 세계에서 멀어진 카프카즈, 하지만 카프카즈는 우크라이나 초원의 유목세계와 오리엔트 세계를 가르는 거대한 자연장벽이자 인식의 벽이었다.

☞ 유럽의 최고봉 엘브러즈

2억 년 전 판게아가 해체되며 아프리카 대륙은 북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유라시아 대륙은 남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억 4천만 년 전 두 대륙이 결국 만났으며 강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충돌로 유라시아 대륙 남쪽에는 동서로 긴 산맥이 형성되었다. 이를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Alps-Himalaya orgeny]라고 한다.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는 서쪽의 피레네부터 시작하여 알프스, 발칸의 디나르 알프스와 불칸 산맥, 카프카즈, 이란의 자그레브, 힌두쿠시, 히말라야를 거쳐 인도양의 순다열도까지 이어진다.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지구상의 웬만한 거대 산맥이 이 조산대에 걸쳐 있다. 카프카즈는 위치상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의 중앙에 자리 잡고 동서를 이어주고 있다. 왜냐하면 왼편엔 흑해, 오른 편엔 카스피해가 산맥을 잘라먹고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

흑해와 카스피해를 옆에 끼고 있어서인지 높지 않은 산인데도 만년설이고 눈 폭풍이 위협적이다. 어떤 산맥도 내륙해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카프카즈의 탄생이 탐미롭기만 하다.
엘브러즈 정상은 멋쟁이 고깔모자 같다. 부드러운 설원이 반짝이고 정상은 온화한 어머니 모습이다. 엘브러즈엔 화성기지에서나 본 듯한 생태 호텔이 있다. 하지만 고도가 3,900m나 된다. 아무리 고도 적응을 잘 하였다고 해도 긴 밤이 고통스러운 호텔이다. 하지만 엘브러즈는 특이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거대한 설상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고 설원을 따라 긴 내리막을 설원을 걷기도 한다.
35도를 오르내리는 8월 초, 서울은 더위에 허덕이지만 엘브러즈에서는 털모자에 파카를 입는다. 엘브러즈는 그리스인에겐 지구의 끝이었지만 나에게 경험의 끝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은 이어질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걷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