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정대,

유라시아 횡단
그 장대한 이야기

2. 시베리아 타이가 삼림과 레나강 탐험

2. 시베리아 타이가 삼림과 레나강 탐험

하이라이트

공중에서 본 툰드라 대지

지구의 산소 공장 시베리아 삼림지대의 탄생

레나강

하이라이트

공중에서 본 툰드라 대지

지구의 산소 공장 시베리아 삼림지대

☞ 공중에서 본 툰드라 대지

토론토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았던 굽이치는 대지를 난 오랫동안 기억했다. 새벽잠에서 막 깨어나서인가 정신이 몽롱했음에도 거대한 굽이침에 취해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게 어디일까?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었는데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시베리아가 북극해와 마주치는 거대한 델타였다 그때부터 시베리아를 날아보면 어떨까 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순록을 키우며 시베리아 동서를 횡단하는 퉁구스의 땅, 세계 3대 삼림지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순상지, 하지만 대지에 붙어 있으니 설명만 장황할 뿐 느낌이 하나 와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지를 내려다볼 산도 하나 없다. 시베리아는 어떤 대지인가?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시베리아를 날아보는 경비행기 여행을 시작했다. 하늘에서 보는 시베리아는 초록으로 수놓은 거대한 카펫이다. 이쪽 끝에는 북극해가 있을 것이고 저쪽 끝에는 몽고리아 고원이 나타날 것이다. 초록 대지 저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스인이 바다 건너 세상의 끝이 어딜까? “아마도 절벽이겠지” 하고 상상하는 것과 같이 무모해 보인다. 끝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일은 알고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지 자체로는 무모한 일이 아닌가 2시간 30분간 하늘을 날았지만 시베리아를 상상하기란 여전히 무모하기만 하다. 알고 있음이 나에겐 없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베리아는 온통 복스럽고 푸르르기만 하였다. 하지만 타이가의 실체는 혹독한 빈 토다. 타이가는 북위 50~70°에 분포하는 냉대 삼림지대이며 남반구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전 세계 삼림의 29%를 차지하는 주요 산소공장임에도 빈 토라니 무성한 나무를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타이가는 기후가 춥고 습하기 때문에 나무가 태양이 아닌 토양에서 영양분을 뽑아 먹어 토양에 영양분이 적고 그나마도 산성의 스포드졸이 함유된 침엽수의 낙엽이 부식해 토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빈 토인 데다가 산성토양이다. 그래도 나무로 빽빽한 건 아마도 축복일 것이다. 열대보다 생육 조건이 나쁘고 생육에 소요되는 시간이 몇 배 더 걸리기 때문에 삼림이 훼손되면 복원이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베리아엔 나무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사람이 손대지 않은 원시의 땅이라는 설명 이외에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있을까? 문명이 나무를 먹고 성장한 예는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었다. 자그레브 산맥이 수메르 시대에는 나무로 빽빽하게 뒤 덥혔지만, 현재는 풀잎 하나 없이 바위투성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자그레브 산맥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수메르, 아시리아, 페르시아가 자그레브에 기대 번성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지 펄프의 재료는 대부분 타이가 삼림지대에서 공급되고 있다. 시베리아는 인간의 도발에 언제까지 나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역시 이것도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 지구의 산소 공장 시베리아 삼림지대의 탄생

시베리아는 동쪽의 베르호얀스크 산맥부터 시작하여 서쪽의 우랄산맥 사이의 넓은 평원으로 한정한다. 우랄산맥 서쪽은 유럽 대평원이라고 하고 베르호얀스크 동쪽은 극동이라고 한다. 이는 시베리아의 탄생이 유럽 대평원이나 극동과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랄산맥은 2억 3천만 년 전 판게아가 만들어질 때 대륙과 대륙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산맥이다. 베르호얀스크 산맥은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경계이다. 그러니 극동은 겉보기엔 아시아에 붙어있지만, 땅속은 베링해 건너 아메리카의 일부인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속성을 지닌 땅이지만 시베리아의 탄생은 더욱더 복잡하다. 시베리아의 탄생은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거대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되었다. 화산활동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특히 2억 5천만 년 전에 시베리아에서 시작된 화산활동은 100만 년간이나 극렬하게 지속하면서 지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구에는 5번의 대 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했던 3차 대 멸종은 지구 생명체의 96%가 멸종했던 비교 불가의 대 멸종 사건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사건의 범인으로 시베리아의 탄생을 지목하고 있다.

내가 서있는 이 땅, 이 대지가 지구 멸종의 주범이었다니… 그날 지구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3억 년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대지는 2억 5천만 년경에는 하나의 대지로 뭉치면서 지구는 하나의 대지인 판게아(Pangaea)와 하나의 바다인 판탈라사(Panthalassa)만 존재했다. 판게아를 만드는 과정은 극렬해서 땅과 땅이 부딪치며 균열이 생기고 땅을 이동시키는 맨틀의 활동이 강해지며 지표면으로 마그마가 분출하는 화산 활동이 격렬해졌다. 대륙을 이동시키는 맨틀의 대류 현상은 맨틀이 그만큼 뜨거워졌기 때문에 일어난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륙을 붙였다 띄었다 할 만큼 땅속은 에너지로 들끓었고 암석권을 뚫고 분출하는 양도 엄청났다. 시베리아를 만들기 위해 마그마가 뿜어져 나온 양은 3억 km³(부피 단위)였으며 한반도의 8배에 해당하는 180km²의 면적을 1,750m 높이의 고지대로 만들었다. 그 많은 용암을 분출시키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지구는 안정을 찾았겠지만 백만 년간 방출된 이산화탄소로 지구는 1천만 년이나 온난화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대규모 멸종사태를 맞았다. 2억 3천만 년이 지난 현재 시베리아는 산악지형이 없는 구릉형 평원이다. 그날의 흔적은 외형적으로 찾아볼 수도 없다. 대지는 삼림이 가득하며 그 안에는 생명체로 가득하다. 다시금 시베리아를 창조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97%의 생명체가 죽음을 강요당한다 해도 지구는 끄떡없을 것이다. 그래 봐야 1천만 년만 지나면 지구는 원래의 모습을 찾을 테니 말이다.

☞ 레나강

시베리아를 비행하며 만난 별다른 풍경이 있었다. 초록의 카펫을 가름하며 물줄기가 하나 흘러간다는 것이다. 바이칼에서 시작하여 시베리아를 적시고 북극해로 유입되는 레나 강이다. 레나 강은 예니세이 강과 함께 시베리아를 적시는 젖줄이다. 코사크 용병은 예니세이와 레나의 지류를 따라 시베리아 곳곳을 누볐으며 강과 강이 만나는 곳에 모피 교역소를 세웠다. 이르쿠츠크, 야쿠츠크 등 시베리아의 도시는 그렇게 들어선 것이다. 러시아의 도시가 스웨덴 출신 바이킹이 무역을 원활히 하기 위해 키예프, 노브고로드, 모스크바에 성채를 짓고 교역소를 세우면서 시작되었던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레나강이 지나는 야쿠츠크에서 3일간의 레나강 크루즈를 갖는다. 레나는 원주민인 부랴트 말로 큰 강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칭기즈칸에 저항했던 메르키트 공동체의 일원이다. 메르키트는 칭기즈칸의 부인인 보르테를 납치하여 임신까지 시킨 몽골족의 철천지원수였고, 끝까지 칭기즈칸에 맞섰던 부족이다. 13세기 몽골리아를 통일하고 하늘에는 텡그리가 있고 땅엔 칭기즈칸이 있다고 선언한 테무친은 바이칼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이때 칭기즈칸의 지배를 거부한 무리가 레나 강을 따라 북으로 이주했고 야쿠츠크에 정착했다. 칭기즈칸을 거부한 사람들이 주인인 도시, 야쿠츠크에서 3일간의 레나강 크루즈를 시작한다. 3일간의 크루즈는 북극해로 향하지 않고 남쪽의 레나 필라(Lena Pilla)로 향한다. 레나 필라는 높이 200m 안팎의 기기묘묘한 바위기둥이 80㎞에 걸쳐 성벽처럼 줄지어 서 있는 퇴적층이다. 시베리아의 기반암은 캄브리아기(5억 2천만 년 전)에 형성되었지만 오랜 세월 해저에 있었다. 그 위에 침전물이 쌓이며 두터운 해저 퇴적층이 만들어졌으며 40만 년 전 시베리아 판이 200m가량 융기하며 지상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바이칼에서 흘러나온 물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져 지금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2억 5천만 년 전,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화산은 시베리아를 1,750m의 고원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레나 필라는 시베리아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물에 잠겨 있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가? 한데 모였던 판게아 대륙은 2억 년부터 다시 서로 밀치기 시작해 현재는 6개 대륙으로 분리되었으며 현재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2억 5천만 년전 모든 생명체를 희생해가면서 만든 시베리아 고원은 바닷속에 묻혀 버린 것인가? 그럼 그건 언제인가? 아무도 대답해 주지 못하는 의문을 품고 레나 필라를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