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정대,

유라시아 횡단
그 장대한 이야기

8. 천산과 천산북로의 스텝초지

③ 견마무역의 도시, 오쉬

8. 천산과 천산북로의 스텝초지
③ 견마무역의 도시, 오쉬

하이라이트

장건을 살린 한혈마

페르가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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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을 살린 한혈마

페르가나 계곡

☞ 장건을 살린 한혈마

한 무제 앞에 끌려간 장건은 식은땀이 흘렀을 것이다. 흉노의 포로가 되어서 노상 선우 앞에 끌려갈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적국의 왕한테도 당당했던 그가 한 무제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장건은 10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러기까지 7년간은 흉노의 귀족으로 살았다. 흉노의 귀부인을 아내로 맞았고 자식까지 둘이나 두었다. 그뿐인가 노상 선우가 죽은 뒤 선우(왕) 자리를 두고 내분에 휩싸인 틈을 이용해 흉노 땅을 도망 나온 처지였다. 배신자로 공격받던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한무제는 이릉의 패배를 두둔한 사마천을 용서하지 않았다. 이릉은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로가 되었다. 포로가 돼서도 항복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끝까지 저항했다. 하지만 한무제는 투항한 장수의 본을 보인다고 이릉의 일가족을 몰살시켰다. 이릉은 가족이 모두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흉노에 투항했다. 사마천은 그런 이릉을 변론한 것이다. 사마천은 이릉을 변론한 일로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이라는 벌이 내려졌다. 귀족에게는 사형이나 다름없는 수치스러운 형벌이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자결할 것인가? 아니면 궁형을 당할 것인가? 사마천은 궁형을 감내하고 일생을 건 피나는 싸움에 돌입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중국 최초의 통사라 일컬어지는 사기(史記)였다.

장건의 여행동선 (출처 : zum 백과사전)

장건이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상대는 그런 황제였다. 자신의 뜻과 다른 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 황제 앞에 선 장건, 그는 어떻게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까?

네가 가져온 것이 무엇이냐”
가져온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져올 것은 있습니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그것은 폐하의 꿈을 이루어 줄 신물(神物)입니다. 신물을 얻는다면 흉노를 몰아내고 한나라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서역에는 대원(大宛)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곳에선 포도주를 담그고 핏물 같은 땀을 흘리는 한혈마(汗血馬라는 말이 있는데 그 조상은 천마(天馬)의 새끼라고 합니다.
한혈마의 신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장건은 스스로 목숨을 구했을 뿐 아니라 한혈마를 구하는 사절단을 이끌고 대원을 오갔으며 견마 무역으로 큰돈을 벌었다. 천수를 다한 장건은 혼란의 시기에 처세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한혈마 (출처 : mbc) http://www.imbc.com/broad/tv/culture/horse/news/?idx=83566

☞ 페르가나 계곡

한혈마가 뛰어논다는 대완은 현재의 페르가나 계곡이다. 페르가나 계곡은 이리계곡과 같은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파미르와 천산을 연결해 주는 알라이(Alai) 산맥이 쐐기 모양으로 대지를 감싸고 서쪽이 열린 개방형 계곡이라는 지리적 특징도 같고 서쪽의 열린 입구로 지중해의 고온 다습한 대기가 밀려들어와 계곡에 머무르며 계곡을 습윤하게 하는 환경도 이리계곡과 같다. 그래서 메마른 중앙아시아에서도 이리계곡과 페르가나 계곡은 젖은 섬이라 불렸다. 페르가나 계곡에 가는 첫 기착지는 오쉬다.
오쉬는 예부터 페르가나의 풍요로운 산물과 특히 말을 교역하는 장터가 열린 상업도시이며 페르가나로 연결되는 두 개의 교역로가 모두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대 해양의 시대가 열리며 실크로드 시대는 저물었고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남루한 비 문명인 취급을 받고 있지만 초원의 무력이 정주 지대를 능가했던 시대 페르가나는 견마 무역의 중심지이자 유목 전통이 살아있는 교역 도시였다. 현재도 그런 전통은 도시 곳곳에 살아있다.
오쉬의 인구는 100만이 넘지만 도심에 거주하는 인구는 8만밖에 되질 않는다. 어쩜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유일한 유목 도시인 것이다. 사라져가는 유목 도시지만 시장은 여전히 활기차다. 말은 거래에서 사라졌지만 페르가나의 산물은 말을 제외하고도 다양하다. 건과일이 가득한 시장을 걸으며 페르가나의 과거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