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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사막의 고독한 라이딩

오늘은 누브라 계곡에서 레로 돌아온 날입니다. 카르둥라에서 레까지 40km Down Hill 하려고 가져온 자전거를 풀어 내렸습니다.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카르둥라(5,606m)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교됩니다. 그만큼 높고 오르막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Up Hill이 아니더라도 Down Hill은 한 번 도전의 유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르둥라를 오르는 구간 곳곳 공사 지역이 많고, 오가는 대형 트럭이 많았습니다. 또 한 쪽 편은 절벽과 가파른 사면이어서 내려다보는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대형 차량과 마주하게 되면 갓길로 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건 길모퉁이가 좁다는 것입니다. 길모퉁이를 돌 때 큰 차를 만나게 된다면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누브라의 완만한 계곡을 달리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누브라 계곡을 자전거로 달리니 “운전사에게 1시간 뒤에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말을 건네고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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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로 돌아와 가장 좋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저녁 풍경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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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에서 분위기가 좋았던 식당]

30여 분을 달리며 작은 오르막을 두 어개 오르고 나니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두 길이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택한 길은 급경사의 내리막길이었고, 내리막이 끝나자 삭막한 사막을 가르는 끝도 보이지 않는 도로가 이어졌습니다.
“이 길이 맞나?”
자전거에서 내려 바닥에 앉아있는데 오토바이가 달려와서 길을 막고 손을 흔들며 멈췄습니다.
“이리로 가면 레로 가느냐”
“맞다”
“카르둥라로 가느냐”
“맞다”

길은 누브라 계곡 바닥에 난 사막길이었습니다. 저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세 번이나 자전거로 건넌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지원 차량이 있었습니다. 손짓만 하면 물과 간식, 차에 올라가 휴식까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겐 땡볕 아래 자전거 하나뿐… 오가는 사람, 차량 한 대 없는 고립 무원한 사막의 한가운데입니다. 다시 마음을 고쳐 잡고 잘 닦인 도로를 질주했습니다. 차도, 사람도 없는 직선의 길은 시원합니다. 운전사가 날 찾아올까? 그 친구의 주변머리는 어제 벌써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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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황이 없어 자전거를 차에 묶고서야 자전거와 한 장 찍었다.]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디스켓 콤파까지 한참을 차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맞은편 동산 위에 거대한 와불이 있기에(티베트에서 불상은 모두 발당안에 있다) 너무 신기해 사진에 담으려 몇 걸음 걷다 보니, 차로 올라간 산봉우리를 걸어 내려가고 싶어 손짓으로 알렸습니다. 그런데 내려오면서 힐끗힐끗 쳐다봐도 차는 뒤따라 오질 않았습니다. 다 내려왔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구에서 기다려도 차는 내려올 기미가 없었습니다.
지갑과 여권 생각이 났습니다. 이대로 영속의 땅에 묶여 살아??? 급한 마음에 콤파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숨을 토해 내며 계속 걸었습니다. 단 걸음에 올라가 보니, 그 친구는 바퀴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왜 안 내려와…”
“화장실 다녀오니, 안 보이셔서 콤파에서 기도하시는 줄 알았어요”
“기도야 자네가 하는 일이지, 내가 하는 일이 아닌데…”

시간이 그렇게 지나도록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한 번 생각하면 그냥 그대로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친구가 내가 다른 길로 갔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께 점심 먹은 케이살(Keisar)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언제 오나 하며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닐까? 조금 답답했지만 페달을 밟다보니 이런 저런 걱정이 덧없어졌습니다. 다니는 차량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는 차량을 세워서 나 여기 있다고 알리면 운전사가 찾아올 테고.. 정 안되면 얻어타고 가면 될 일입니다. 마음을 그리 먹으니 모처럼의 라이딩이 즐겁기만 합니다. 비로소 혼자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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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켓 콤파의 부처님, 불상이 실외에 모셔놓기는 라마불교에서 아주 특이한 경우다.
곧 실내로 들어가지 않을까? 그러기엔 너무 크다.]
LADAKH 9
[디스켓 콤파, 운전사가 안내려와 여길 걸어 오르느라 애를 먹었다.]

사막을 가로지른 후 강을 따라 달리다 보니, 멀리 케이살이 보입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운전사가 이토록 보고 싶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차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사람이 날 찾으러 나간 건가? 그럼 길에서 만났을 텐데.. 그늘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다 보니 운전사가 나타납니다. 이제야 도착을 한 것입니다. 시계를 보며 충분히 한 시간을 기다린 후 출발한 모양입니다.
“충실한 친구, 그냥 40분만 기다리고 출발하지 그리고 내가 안 보이면 다른 길로 갔으려니 하고 찾아 좀 주지”
온전히 고생을 다 한 후에야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