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경석의 여행이야기  > 7화 : 안데스 고원의 시작

7화 : 안데스 고원의 시작


인간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3,890m의 높은 고도에서 문명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높은 곳에서 문명을 이룩했을까요?

높은 대지에 문명이 피어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제임스 처치워드의 ‘Last Continent of MU’나,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의 의견을 무시로 일관해서는 안 될지도 모릅니다. 대륙이 침몰할 때에도 일부의 생존자는 있었고 그들은 산간 지방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살아남았던 그들이 고지대에 문명을 고집했던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들은 언젠가 다시 닥칠 종말의 시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시간에 대한 집착이라는 마야, 아즈텍, 잉카의 독특한 문화 성향을 낳았는지 모릅니다.

고원 대지에 피어난 문명의 궁금증을 안고 티티카카 호수의 섬을 찾아갑니다. 티티카카는 코르디예라 오리엔탈(Cordillera Oriental)과 코르디예라 옥시덴탈(Cordillera Occidental) 사이에 갇힌 알티플라노고원의 한 부분이며 지능인 코르디예라 레알 산맥에 갇힌 거대한 내륙 바다이기도 합니다.

TITICACA 1
문명의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티티카카 호수의 섬

배에서 내린 후 섬을 종단하는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맨 처음 맞이하는 것이 마을 입구를 알리는 아치형 문입니다.
문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길을 따라 밭이 펼쳐지고 가끔 판매를 위한 가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밭에는 키누아와 감자,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데 키누아가 특히 눈에 뜨입니다.

TITICACA 2
티티카카 섬의 아치형 마을 입구

안내자 샌디는 따낄레 섬의 볼거리라면서 저를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닙니다. 목사님이 안계시기 때문에 항상 문이 닫혀있다는 성당, 의사는 있지만 환자가 없어 휴업이라는 보건소, 남자들이 만든 수공예 제품을 판매한다는 공판장 등을 차례로 돌아봅니다. 누군가 물건을 사려고 흥정을 하지만 물건의 금액은 전혀 내려가지 않습니다. 처음 말한 금액만을 반복할 뿐입니다. 따낄레 섬은 공동 소유이므로 물건의 값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순번에 의해 여기서 물건을 팔뿐이고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되므로 물건의 금액은 내려갈 리 없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좋은 거래입니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마음이 편합니다. 결국 동행인은 물건을 사지 못합니다. 비싸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못해서입니다. 사람은 가격을 깎아야 이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제값에 사면 손해 본 듯 정서적인 불안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식당에서도 이어집니다.

TITICACA 3
티티카카 섬의 공동체 시장

배는 우로스 섬에 우리를 내려놓습니다. 물 위에 뜬,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섬으로 알려져 있는 우로스 섬은 토토라 갈대(Totora Reeds)로 만들어진 섬입니다.

티티카카에서 과거의 미스터리에 다시 집착하게 됩니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자 아테네 시민들의 비겁을 탓하며 떠납니다. 그는 여행 중 이집트를 찾았고 신관들에게서 들은 아틀란티스의 전설을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Timaeos, 대화편)에 남깁니다.

“아틀란티스에는 넓은 평원이 있고 수도는 높은 봉우리에 있으며 대운하를 통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안데스의 주변 민족들에게 선진 문명을 가져다준 존재, 비라코차는 누구일까요? 그는 흰 얼굴에 긴 망토, 슬리퍼를 신고 얼굴에 수염이 난 모습입니다. 아테네의 학자이거나 이집트의 지식인, 예수의 모습이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오래전부터 타 문명권과 교류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가설을 주장합니다. 다른 문명과 같은 발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신석기 혹은 청동기에서 고차원의 석조 건축물인 천문학과 수학적인 높은 지식을 이룬 것을 볼 때는 우주인이 남긴 것이라는 우주인 문명설이 있습니다.

확인이 가능한 시간을 쫒아가 보면 빨간 머리 에릭(Erik)은 아이슬란드 내 작은 부족의 리더로서 부족 간의 경쟁에서 밀려 고향을 떠나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섭니다. 마치 이들의 선조가 제비뽑기로 30%씩 고향을 떠나게 한 것과 같이 척박한 땅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자연 현상입니다. 에릭은 고향을 떠난 바이킹이 프랑스와 영국의 땅을 지배한 것과 같이 새로운 땅 그린란드(GreenLand)와 아메리카의 빈란드(VinLand, 포도의 땅)에 식민지를 만듭니다. 콜럼버스보다 약 500년 앞서 나가니 서구적인 시각에서 최초의 발견자는 분명 에릭입니다. 하지만 그가 건설한 식민지는 그린란드에서 쉽게 오갈 수 있는 북아메리카의 동부 지역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안데스 문명과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어느 문명이 안데스 문명과 교류했을까요,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일까요, 우리의 지식을 바꾸고 다시 대지의 기억을 추적해봐야겠습니다.

티와나쿠의 중심 칼라사사야는 황도경사에 의해 지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포스난스키(Posnansky)는 태양의 표준 방위각과 차이가 나는 몇 개의 건축물들을 조사하여 칼라사사야가 약 15,000년 전에 건축된 건축물임을 주장합니다. 그가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는 황도경사(전체의 적도와 지구의 적도 사이의 기울기)입니다. 지구가 똑바로 서있다면 경사가 없겠지만 지구는 다행히도 태양을 향해 기울어져 있고 22도 1분과 24도 5분 사이에서 변화합니다. 그런데 그 주기가 약 41,000년입니다. 너무나 긴 시간이라 보통의 상식으로는 좀처럼 확인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그런데 남미 대륙에서는 이처럼 긴 시간에 집착하는 여러 증거들이 나타납니다. 마야의 시간뿐만이 아닙니다. 포스난스키 교수 또한 그 점에 집착했습니다. 그는 황도경사에 따라 아주 조금씩 일출과 일몰의 각도가 변하기 때문에 태양의 표준 방위각과 차이가 나는 건물들을 조사하여 칼라사사야가 건설되었을 때의 황도경사는 23도 8분이고 현재의 경사와 비교하여 기원전 약 15,000년이라고 건설 시기를 계산해냅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